맛있게 드셨나요? 람한의 이세계 요리들

이모먼트 여덟 번째 팝업, 람한 <ISEKAI RECIPE 이세계 레시피>, 서울 한남동 아트앤초이스

람한 작가의 개인전이 2022년 10월 7일부터 18일까지 한남동 아트앤초이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는 마치 람한의 잘 차려진 한 상과 같았죠. 페인팅 속 가상의 음식들은 다양한 시각과 촉각 등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하며 급기야 미각을 돋우도록 유도합니다. 모두 맛있게 드셨나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행위로 실제로 배를 부르게 하며 미각을 자극하는 이세계에서,
나는 요리사로 일하게 되었다.”-람한 작가노트

요리사로 분한 람한의 오마카세

여기, 그림으로 요리를 선보이는 한 요리사가 있습니다. 람한 작가는 ‘이세계’라는 세계관 속에서 작품을 그리는 행위를 요리와 연결하고 실제 음식이 아닌 가상의 음식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도록 시도합니다. 먼저 눈으로 그림을 맛보면, ‘부드럽다’, ‘촉촉하다’, ‘매끄럽다’, 등 그림 속 음식의 질감이 촉각적으로 느껴지고, 이는 곧 미각을 자극합니다. 어떤 맛이 느껴지나요?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는 음식의 맛을 마음대로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작품을 ‘시각적 ASMR’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람한 작가의 디지털 페인팅은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하며 일반적인 회화보다도 풍부한 물성을 느끼게 합니다. 

AI와의 협업 롤플레잉, AI 제너레이티브 아트 (AI Generative Art)

람한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10점의 신작은 AI 제너레이티브 아트로,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생성 플랫폼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기초로 작가가 다시 창작하여 작품을 제작한 것이 특징입니다. 작가는 이를 ‘AI와의 협업 롤플레잉’이라고 말합니다. 작가는 AI가 이미지를 추론해나가는 방식과 AI가 내놓는 불완전하고 낯선 생성물에 흥미를 가지고, 이에 상상력을 더해 리페인팅하고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요리를 완성합니다. 때문에 하나의 대상이 아닌 여러 이미지의 중첩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세대의 기억 공유법

람한의 작품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디지털 세대의 감수성을 담습니다. 함께 전시된 람한의 또다른 시리즈, <Object> 연작에서는 실제와 가상을 연결하는 일상적인 소재들이 클로즈업하여 따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는 전체 사진이나 이미지에서 노출하고 싶은 부분만을 크롭하여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행위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뒤섞이고 포개지는 불특정 다수의 기억들, 사후 과장되거나 편집되고, 재조립되는 기억들. 작가는 일종의 가상의 기억이 덧입혀진 디지털 세대가 지닌 기억의 본질을 환기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뒤섞인 현실과 가상’이라는 작가의 관심사를 강조하여 AR(증강현실) 작업을 더하였습니다. 전시가 끝나도 이 메뉴는 계속해서 맛볼 수 있으니, 아래 QR 코드에 접속해 시도해 보세요. 
LIUSHEN
LIUSHEN
람한
회화
팝/서브컬처에 기반한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한 디지털 페인팅으로 알려졌습니다. 태블릿과 포토샵을 사용한 디지털 이미지들은 어지러울 만큼 탐미적이면서 동시에 그로테스크합니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몽환적인 작가의 작품 세계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세대의 디지털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이들의 열렬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2022 개인전, 이세계 레시피, 이모먼트 by 리우션, 아트앤초이스, 서울
2022 개인전, Spawning Scenery, 휘슬, 서울
2021 단체전, SF2021: 판타지 오딧세이, 북서울 미술관, 서울
2020 단체전, 부산비엔날레, 부산
2019 단체전, Top Wizards, Richard Heller gallery, 캘리포니아, 미국
2019 단체전, Fantasia, Steve Turner Gallery, LA, 미국
2018 단체전, 유령팔,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7 개인전, Nightcap, 유어마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