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부유하는 뿌리들, 물꽂이

이모먼트 여섯 번째 팝업, 허찬미 <물꽂이>, 서울 한남동 아트앤초이스

물꽂이 된 식물을 본 적 있나요? 식물이 뿌리내리는 모습은 급박한 사회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허찬미 작가의 개인전 가 2022년 7월 12일부터 24일까지 한남동 아트앤초이스에서 열렸습니다. 신진 작가로서 국내외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허찬미 작가가 그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며 신작 30여점을 소개했습니다.
“물꽂이가 된 식물을 보고 도시의 둘레를 걷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에 때로는 자신을 내맡기기도 하고 때로는 맞서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둘레를 그린다. 어딘가에 깊게 뿌리내린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 뿌리내려 위로 자라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옆으로, 옆으로 궤적을 그려가는 장면이 대비되어 떠올랐다. 물 위에 잠긴 채 자라는 뿌리를 보며 바다의 부표를 떠올리거나 물 위의 집을 상상하기도 했다.”

 - <허찬미 작가 노트> 중에서

물꽂이, 도시의 둘레를 걷는 누군가의 모습

전시 제목 ‘물꽂이’는 작가의 작품 중 물꽂이 한 식물을 그린 작품과 작가 노트에서 착안했습니다. ‘물꽂이’란 식물을 흙에 옮겨 심기 전, 뿌리가 날때까지 물에서 기르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나는 식물의 모습은 사회에 부딪혀가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허찬미, 아파트 돌 고양이, 2022, Acrylic gouache on canvas, 162.2 x 112.1 cm

일상을 담는 애정어린 시선

작가의 시선은 일상적인 소재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주변 골목, 바닷가, 아파트 등의 장소를 걸으며, 보고 느끼는 과정을 회화로 담습니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담벼락, 깨진 보도블럭, 같은 장소에 앉아 있는 고양이, 내다버려진 화분, 꺾인 나뭇가지… 매일 같은 곳을 걸으며, 변화하는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소재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공간을 채우는 리드미컬한 붓터치

허찬미 작가 작품 특징 중 하나는 자신만의 리듬이 담긴 붓터치에 있습니다. 작가는 식물의 마른 이파리로 만든 ‘식물 붓’으로 오일과 아크릴릭 과슈를 사용하여 넓은 색면에 선, 점 등의 요소를 자유자재로 섞어 풍경 또는 정물을 구성합니다. 조화로운 색면 가운데 예상치 못한 색의 등장, 마른 붓질의 강한 스트로크부터 가냘픈 점선까지. 사방으로 향하는 자유로운 부터치는 과감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며, 작품이 놓인 공간에 리듬감을 줍니다.

허찬미 작가의 앞으로의 여정

전시를 통해 깊어진 작업 세계를 보여준 작가는 이후 덴마크에서 있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위해 떠납니다. 2018년 부산시립미술관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선정 이후 2020년 부산비엔날레, 2022년 아트선재센터 덴마크 예술기관 교류전, 부산현대미술관 주제전을 통해 국내외 기획자들과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2021년 12월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최연소로 개인전을 개최하며 미술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가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일상을 바라보는 섬세한 눈으로 예민한 감각의 작품을 선보여 온 허찬미 작가의 다음 여정이 기다려집니다.
LIUSHEN
LIUSHEN
허찬미
회화, 설치
1991년 부산 출생인 작가 허찬미는 2016년에 첫 개인전을 가진 신진작가이다. 허찬미는 작가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요즘의 추세에 비하여도 매우 젊은 작가이지만, 작업을 시작한 이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약 스무 개에 달하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젊은 작가 단체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에 선정된 후 2020년 부산비엔날레, 2022년 아트선재센터 덴마크 예술기관 교류전, 부산현대미술관 주제전을 통해 국내외 기획자들과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비평계의 관심 뿐만 아니라, 2021년 12월 대구 우손갤러리 최연소 작가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미술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로 성장하고 있다.
2022 개인전, 물꽂이, 아트앤초이스, 서울 (기획 이모먼트 바이 리우션, 에이앤씨유니온)
2022 단체전,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2 단체전,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1막­2막, 아트선재센터, 서울
2021 개인전, Settlement, 우손갤러리, 대구
2021 단체전, BMA 소장품보고 COLLECTION REPORT,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20 단체전, 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스페이스 닻, 부산
2019 개인전, 3 1 0 4, 스페이스 클립, 부산
2019 개인전, 말린 종이를 펴는 방법, 가창창작스튜디오, 대구
2019 단체전, 뉴드로잉 프로젝트,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 양주
2018 개인전, 작은 다윗, 홍티아트센터, 부산
2018 단체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17 단체전, 무적자들, 오픈스페이스 배, 부산
2016 개인전, 파생된 중독, 스페이스 만덕,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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