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와 토끼가 함께 하는 오래된 합기도장

페인터 김한나의 작업실

'항상 토끼와 함께' 라는 한나는 오늘도 35년동안 걸어온 길을 걸어, 합기도장 간판이 걸려있는 작업실로 출근한다. KBS 클래식FM 라디오의 묵직한 선율과 따뜻한 차의 향기가 가득한 곳, 부산 구서동 언덕에 위치한 김한나 작가의 작업실이다.
아티스트 김한나
언제부터 이 곳에서 작업하기 시작하셨나요?

2013년부터 여기서 작업했습니다.

이 작업실을 구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도장이었나봐요, 밖에 간판이 여전히 있네요?

원래 쓰던 작업실은 주인이 바뀌는 바람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어요. 심지어 이 작업실은 이전 작업실에서 2분 거리에 있었어요. 이사하기에도 편안하고 공간도 넓어서 바로 계약했습니다. 합기도 도장 간판이 그대로 있어서 작업실 초창기에는 도장 등록하겠다고 두어 번 사람들이 문의했어요.

부산 구서동에 오래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께 구서동은 어떤 곳인가요? 동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5살 때부터 살았으니까 벌써 35년째 한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산복도로 산책길입니다. 길가에 벚꽃 나무가 심겨 있는데 봄이 되면 정말 꽃잎 때문에 눈이 부셔요. 그 길을 걸을 때면 마음이 저절로 반짝반짝 해집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토끼도 구서동에서 만나신 건가요? 

 2003년 여름 방학 때 만났습니다. 그때 저는 토끼가 되고 싶었어요. 정말 간절하게 바랐는데 토끼는 안 되고 토끼가 내 눈앞에 딱 나타났습니다. 그때부터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품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합니다.

한나와 토끼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생활의 작은 기쁨과 슬픔을 발견하고 그리려고 합니다.

작품들을 보면 한 장면 한 장면 이야기가 느껴집니다. 그림을 그리실 때 참고하거나 귀감이 되는 이야기 책이 있을까요?

아놀드 로벨의 <집에 있는 부엉이>입니다. 특히 눈물 차 이야기를 좋아해요. 무심코 지나간 물건의 마음을 이해하는 부엉이를 보면서 작가의 자세를 배웠습니다. 눈물 차를 만드는 게 마치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매번 눈물 차를 마셔보려고 합니다.

작업실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네요. 작업실의 물건 중 특별히 아끼거나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물건이 있나요?

아카사카 인형입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드는 도자기 인형인데 저는 이 투박한 도자기 인형이 너무 좋아서 가게 안에 있는 도자기 인형을 거의 다 구매했습니다. 인형 장인을 만나서 만드는 법도 직접 배웠습니다. 재료 전부가 천연재료였어요. 어린아이들이 만지는 인형이니까 물감도 식용색소 쓰더라고요. 그 동안 도자기를 납작하게 만들었는데 이 인형을 만난 이후 도자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작업실 방문하는 손님들께 늘 이렇게 예쁜 다과를 차려 주시나요? ^^ 작가님이 제일 좋아하는 다과는 무엇인가요?

누추한 곳을 방문해 주시는데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서 가시면 좋은데 힘든 일이죠. 배라도 조금 든든하시라고 토끼의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저랑 토끼가 채식주의자라서 오후의 간식으로 ‘한민이의 마크로비오틱 쿠키’를 자주 먹습니다. (한민이는 제 동생이에요.)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입니다. KBS 클래식 라디오 명연주 명음반이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달라졌습니다. 작가님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큰 변화가 있었어요. 우선 일이 없다는 것이고 플랫폼이 변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전시를 한정적인 공간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넓게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업도 마찬가지에요.
캔버스작업과 도자기작업을 함께하시는데, 두 작업에 차이가 있나요?

책 속 주인공이 책을 벗어나 걸어 다니게 만들고 싶어요. 흙은 손으로 바로 작업하는 일이라서 좀 더 자유롭게 표현됩니다.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하고요.

작업 하실 때에 꼭 필요한 작업실 환경이  있다면?

음악입니다. 매일매일 선곡하는 게 일이에요. 그래서 결국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듣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제품이 있나요?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전시를 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넷 전시, 전혀 다른 플랫폼으로 작품 공개, 갤러리가 아닌 뜻밖의 공간에서 윈도우 전시로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새롭게 만들고 싶은 제품은 비누입니다. 올해 정말 많은 비누를 사용했는데 문뜩 한나와 토끼의 비누제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깨끗하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은 바람을 가득 넣어서 말입니다.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으세요?

웃긴 기쁨을 발견하는 한나와 토끼가 되고 싶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
LIUSHEN
LIUSHEN
김한나
페인터, 조각가
김한나 작가는 토끼와 한나의 일상을 이야기합니다. 김한나에게 토끼는 단순한 작업소재가 아닌 절친한 친구이자 내면을 지탱해주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작가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함께 지내는 김한나 자신과 토끼에 대한 기록입니다.
부산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코오롱, 아라리오뮤지엄 소장
 
2021 과자, 과정, 과거, 개인전, 아트앤초이스, 서울
2021 우리는 안녕, 박준 시인과 그림 시집 출간, 난다출판사, 서울
2018 일일수집, 개인전, 롯데호텔앤리조트갤러리, 서울
2018 먼지가 방귀뀌는 소리, 개인전, 세운상가, 서울
2017 미세한 기쁨의 격려, 개인전, 가나아트부산,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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