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어느 평일 낮 4시 한 공원,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유모차를 끌고 나온 수트입은 남자,
어린 사내아이 둘을 데리고 놀러 나온 어느 아빠, 속옷만 입은채 태닝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이 그저 잔디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 수많은 초록의자,
모든 순간이 흥미로워 보였고, 평범한 내 일상과 다른 것 같은 그 순간들을 기록했다.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의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곳에서의 일상을 찾으려 했던 시간.
갑자기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멈췄다.
이제껏 평범한 일상을 기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보다 더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없는 상황이 되면서
나의 일상에는 변화가 찾아왔고, 가까우면서도 멀어져버린 추억에 나는 그저 이 시간이 흐르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있는 시간동안 꽃은 피고 봄은 오고,
멀리 나가고 싶은 날엔 사진첩을 뒤지며 과거여행을 하면서 그리움으로 가득찬 나만의 일상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작은 날들을 기록하고 추억한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까지도 그리워진 2020년의 봄냄새를 기억하기 위해.
- 보통의 날 전시 서문 중에서 발췌